적당히 보고 3~4시쯤 나와야지 했지만 재미 들려서 10~20시 운영시간 꽉 채워서 보고 왔다. 피부에 디스플레이가 직접 닿지 않도록 눈가에만 덧대는 헝겊을 주는데 너무 오래 썼더니 얼굴에 헝겊 자국이... ㅜ 대기 시간마다 얼굴 가리고 다니기 바빴다.
1. JFK Memento (미국, 프랑스 | 2023 | 17m | 3DoF)
케네디 암살 사건 발생 당시의 수사과정을 다큐 형식으로 담았다. 우연히 현장을 촬영한 주민, 당시 사건을 맡은 형사의 인터뷰를 따라 영상을 보여주는데 이미지 구성 방식이 재미져서 흥미진진. (아니 왜 궁금한 포인트에서 이야기 딱 끊어.. 2편은 23년 11월 오픈한다고.) 영상은 관객을 그날 사건이 일어난 공간 한 복판에 세워둔다. 360도로 구현한 공간 위에 당시 사진들을 중첩하는데(대통령 내외의 차량 행진, 범인이 머물던 창고를 살펴 보고 숨겨둔 무기를 발견하는 현장 사진) 덕분에 마치 내가 60년 전 과거 그 공간에서 군중, 경찰과 함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현장감 최고. VR 추적 다큐는 이런 방식이 가능하구나~ 싶었다. '메타'에서 펀딩한 작품.
2. From the Main Square (독일 | 2022 | 19m | 6DoF)
처음엔 그냥 아기자기 이쁜 일러스트가 움직이는 영상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광장에 서있고 광장을 둘러싼 언덕에 사람들이 평화롭게 무언가를 하고 있다. 오밀조밀 보는 맛이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군대가 밀고 들어와 마을을 휘젓기 시작한다. 사람들을 가두고 검문하는가 하면(폭행과 추행이 뒤따른다) 탱크를 막아서는 사람을 짓밟아 버리기도 한다. 각종 동물들을 헬기에 실어 와 동물원에 가둔다. 자살하는 사람이 생긴다. 군대에 대항하는 무리가 생기고 다툼이 지속되다 건물 하나가 터져 세상이 멸망하듯 어둠 속으로 빠진다. 이걸 VR로 보고 있자니 소름이 내내 돋았다. 비극으로 끝나는 역사책을 본 느낌. 계속 생각난다. (작가 인스타 @dani.eizirik / 2022 베니스)
3. Eggscape (아르헨티나 | 2022 | 20m | AR)
증강현실 게임 처음해 보는데 이거! 너무 재밌어! 한 번 더 해보고 올 걸 ㅜ 혹시 다운받을 수 있나 싶어 찾아보는데 눈에 안띈다. 처음엔 그냥 캐릭터를 움직여 먹을 거 먹고 적 물리치는 수더분한 느낌이었는데, 공간이 계속 변하니 오밀조밀 보는 재미가 생겼다. 진짜 재밌었던 때는 공간을 크게 쓰는 단계에 왔을 때. 캐릭터를 천장까지 날아 올려 코인을 먹는가 하면(허우적 대면서 컨트롤러 조작하는 모습을 영화제 공식 기자단 같은 분이 엄청 사진 찍어갔다), 멀리서 거대한 로봇의 공격을 피해 미사일을 날리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얼마나... 얼마나 허우적거렸을까. 하지만 재밌으면 장땡. 아.. 다시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