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홍대에 놀러 가 시간을 때웠다.
그러다 우연히 길가에서 마주친 발레리나들.


횡단보도의 이쪽과 저 쪽에 서서 몸을 풀고 계시더라.
그러더니 횡단보도에 초록불이 켜지자 음악과 함께 등장.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는 그 짧은 시간동안
'백조의 호수' 노래와 함께 발레를 감상(?)할 수 있었다.
후에 찾아 본 행사 리플렛.
아트로드, 횡단보도_ARTROAD, CROSSWALK
길을 건너는 35초 간의 횡단보도에서 벌어지는 발레 공연과 재즈 연주가 길을 가던 사람들과 자동차의 발길을 멈춘다! 도시 한복판에서 갑자기 즐기게 되는 횡단보도의 짧은 공연은 긴 감동으로 남게 될 것이다.
* ARTIST
[발레공연] 와이즈 발레단 [재즈연주] 플레이하우스
횡단보도 같은 곳에서 만나는 이런 공연이 색다른 건
정말 별개의 것이라 생각했던 두 가지(일상 공간 + 발레)가 만나기 때문인 듯.
그런 면에서 보면, 발레리나 분들이 진짜 발레 의상을 입고 하셨으면 더 색달랐을 것 같다. ㅋㅋ
오후 4시부터는 상상마당 옆 공간에서 야외 공연도 있었다.
돌아다니다 발견해서 공연 첫 부분부터 보진 못하고 중간부터 관람했는데,
재미있었던 공연이 있었던 반면, 역시 실험예술이구나..ㅠ 하는 공연도 있었다.


위 공연은 꽤나 재미있게 보았던 공연이다.
작가 분(Saskia Edens(스위스)인 듯)이 플라스틱(?) 판으로 된 인체 모형을 달고 나와 관객들을 쭈욱 바라보는데,
특이한 것은 이 플라스틱 판이 반쯤 투명이면서 또 반쯤 반사가 되는 재질이라
가까이서 보면 그 판 위에 내 얼굴이 비침과 동시에 판 너머 사람의 얼굴 또한 볼 수가 있다.
퍼포먼스가 계속 진행되자
작가 분은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
판을 사이에 두고 눈을 마주치기 시작했다.

위 사진과 같은 방식으로 작가 분은 꽤나 많은 사람들과 마주했는데,
운 좋게도 나 역시 그 중의 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작가와 얼굴을 마주했던 사람들은 모두 이 퍼포먼스를 신기해 하길래 신기해 했는데
(멀리서 보기엔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었다.)
직접 마주해보니 이유를 알겠더라.
판 위에 내 얼굴이 비치고 또 그 얼굴 위로 작가의 얼굴이 보였다.
나는 나를 보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이 퍼포먼스가 끝나고 관계자 분이 설명하시길
우린 우리 자신을 통해 타인을 마주한다....는 거였던가 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이런 비슷한 말이었던 듯.


이 분은 중국서 오신 작가 분(Sue Yang_중국)이시라는데
시종일관 무슨 뜻인지 모를 '아아아아' 소리를 내시며 타이어 측면에 색색의 물감을 짜셨다.
(이 때 먼 객석에서는 퍼포먼스가 잘 안보여서 도대체 뭘 하는 건가 했다.
요 장면을 카메라로 찍어서 무대 위 화면을 통해 보여줬다면 더 좋았을 듯.)
그러다 자신의 왼 팔에 그 물감들을 묻힌 후 위 사진의 포즈를 취하심.
올 해 한국실험예술제의 테마는 '바퀴'라고 한다.
이 퍼포먼스가 끝나고 관계자 분이 잠깐 무대로 올라와 이 테마와 관련된 설명을 덧붙이셨는데
기억이 안나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려 했지만 상세한 설명은 안 나와 있더라.
쨌든 이 퍼포먼스는 그런 바퀴 테마와 어울리는 성격의 것이었던 듯. (비록 이해할 순 없었지만 ㅎㅎ ㅜ)



이 공연은 굉장히 재미있었다.
아일랜드 사람이시라는 작가 분(아마도 Myk Henry?)이 나와서 여러가지 캐릭터를 연기해 주셨다.
사진에서 작가분 뒷편으로 스케치 북이 나와 있는데 거기에는
'I am _____' 식으로 빈 칸에 여러가지 키워드들이 들어온다. (jewish, gay, rich, poor 등 등)
'I am Korean'을 표현할 때엔
'가족'이라 씌여진 티셔츠를 입고 젓가락으로 김치를 집어 드시는가 하면,
'I am rich'에선 관객들에게 동전을 던져주셨다가
'I am poor'에서 그 동전들을 돌려받으셨다. ㅋㅋㅋㅋ
굉장히 유머러스 하신 분인 듯.
참고로 마지막은 'I am You' 였다.
내가 누구건 난 당신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말인 걸까.


공연을 보던 중 만나기로 한 친구가 홍대에 도착했대서 출발하려는데
횡단보도 발레 공연을 보기 직전 길가를 구르시던 분을 다시 만났다.
(위 첫 번째 사진은 오후 1시 좀 안돼서, 두 번째 사진은 5시 반 경에 찍은 사진이다.)
이 퍼포먼스에 대한 리플릿 내 설명.
아트로드, 휴먼 휠_ARTROAD, HUMAN WHEEL
일반적인 개념의 노동 시간 '8시간'을 아티스트는 예술가의 노동의 시간으로 8시간을 표현한다.
* ARTIST
Eric Scott Nelson _ 미국
* Performance
작가는 직장인이 하루 일하는 8시간을 하루 노동의 기준점이라 여기고 예술가로서 관객에게 선보이는 공연시간을 그 8시간에 맞추어 8시간 동안 도심 한복판을 구르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스스로 바퀴, 말 그대로 Human Wheel이 되는 퍼포먼스이다.
이 글을 보고 '8시간이나 굴러?! ㅜ'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곧
일개 노동자인 나를 떠올리자
'8시간이나 일해?! ㅜㅜㅜ'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ㅜ
8시간 동안 땅을 구르는 사람을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나도 구르기는 마찬가지지 뭐.
ㅜ
이 예술제는 서울에서 9월 16일까지 열린다고 한다. (2012. 9/8 ~ 9/16)
홍대 일대 거리, 횡단보도, 야외무대, 공연장 및 까페에서도 진행된다고.
'300초 퍼포먼스 릴레이'가 굉장히 보고싶긴 한데 볼 수 있을까나 모르겠다.
300초 퍼포먼스 릴레이_300 SECOND PERFORMANCE RELAY
9/13 ~ 9/15 19:00 ~ 21:00 / 포스트 극장
각자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갖는 실험적 아티스트들은 300초 안에 바퀴를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할 것인가. 국내외 모든 아티스트들이 [아트로드, 바퀴]를 바탕으로 하여 '바퀴'를 주제로 300초 동안 어떠한 상상과 형식으로 풀어낼지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게 된다. 세계 퍼포먼스 역사상 처음으로 관객들과 전문가가 참여하여 가장 선호하는 작품을 선정하여 시상을 하게 된다.
이 축제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야외무대에서 보았던 공연의 작가/작품 이름을 알고 싶은데 홈페이지에도 정보가 없더라.
작가 이름은 나열되어 있었지만, 누가 어떤 작품을 하셨는지 알 길이 없다는 게 안습..
홈페이지 구성도 뭔가 직관적으로 내요을 알기에는 힘든 디자인이다.
큰 메뉴가 가로로 하나, 세로로 하나 있어 약간 헷갈린달까.

www.keaf2012.com
2012. 9/8 ~ 9/16